본문 바로가기

CULTURE/Story

[오, 나의 콘텐츠 #5] 아시나요, 고백할 게 있는데요...

글|오늘팀 전원

 

뜰 만한 노래는 육감으로 알아듣는다는 ‘탑100 귀’ 유재석 못지않게 
나의 안구는 뜰 만한 연예인을 내 마음속 보석함의 덕질 대상으로 캐스팅했다.

 

먹고 사는 일이 즐기고 사는 일의 중요도를 넘어서기 전까지 내 인생의 주된 콘텐츠였던 덕질, 나의 덕사는 어언 내가 일곱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콘텐츠 플랫폼이라고는 텔레비전밖에 없던 시절, 그 텔레비전이 불철주야 틀어져 있던 세기말의 우리 집 거실 한편에선 약속해 달라며 새끼손가락을 펼쳐 든 핑클 언니들의 무대가 흘러나왔다. 그때 본 영원한 사랑’의 아련한 엔딩은 한 유딩의 마음을 오히려 오프닝 시켰다.

 

나는 곧바로 그다음 날 저금통 속 코 묻은 동전을 모아 동네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핑클의 캐릭터가 그려진 다이어리를 사와 따라 그렸다. 내 인생 첫 연예인이자 덕질의 입문이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새로운 세기 초, 당시 발레를 배우는 게 유행이던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이례적으로, 나는 꿋꿋하게 남자아이들과 태권도를 배웠다.

 

그런 체육 소녀에게 매주 일요일 저녁에 방영하던 출발 드림팀은 올림픽보다 재밌는 도파민이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중 나의 원픽이 되었던 조성모는 드높은 뜀틀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점프력으로 내 마음의 문턱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조성모는 곧 출발 드림팀의 인기와 더불어, 연이은 히트곡으로도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었기 때문에 나의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그의 노래로 이어졌다.

 

덕질의 대상이 바뀌었으니 또다시 그 시절의 굿즈샵(a.k.a문방구)을 방문하는 게 순서. 나는 친구에게 조성모를 영업한 뒤 둘이 나란히 300원짜리 조성모 노래 ‘아시나요’ 피아노 악보를 사 왔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론 가사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없고, 카세트테이프를 살 돈은 더더욱 없던 그때, 나는 지금의 멜론 대신 피아노를 잘 치던 친구에게 반주를 부탁해서 악보 속 가사를 따라 불렀다. 그렇게 나의 덕질은 내게 노래방보다도 더 이전에 핸드 메이드 노래방의 경험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나의 팬심 주기는 딱 어린이의 인내심만큼이 한계여서 그 대상이 자주 바뀌곤 했는데, 그렇게 나는 몇 번의 입덕과 탈덕을 거치다 2002년, 메뚜기 같은 마음을 정착시키고 내 팬심의 영원한 고향인 장나라에게 입덕하게 되었다.

 

그때는 다시 보기가 생소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나는 장나라가 나오는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놓치지 않고 보려고 방송 한 시간 전부터 텔레비전 앞을 지키고 앉아 있곤 했다. 그때 억지로 본 광고만 수십 개였다.

 

어쩌면 그때 본 광고들 때문에 내가 지금 광고 일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는 꿈보다 좋은 해몽을 해보지만, 어쨌든, 그래도 저래도 내가 참여하는 캠페인에서 장나라를 광고 모델로 만나고 싶다는 어린 나라짱팬의 꿈은 결국 내가 광고인이 된데에도, 아직 목표를 잃지 않는 데에도 한몫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년 연말에는 그런 나의 영원한 연예인인 장나라가 롱런을 넘어 데뷔 24년 만에 가요 대상에 이어 다시 연기로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를 광고 모델로 만나고 싶다는 내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도 장나라처럼 소처럼 걷다 보면, 뭐 언젠간 되겠지 생각하며 그녀를 롤모델 삼아본다

 

“사랑해요 그대...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 글 맨 위의 제목 속 단어들은 이 가사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위의 첫마디로 시작하는 장나라의 ‘고백’과 조성모의 아시나요’의 노랫말처럼 덕질에는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고 노력으로는 막을 수도 없는 애정의 마음이 담긴다.  그것도 바라는 것 없이 주는 순도 높은 애정이 담긴다.

 

지금의 나는 잠시 덕인의 신분을 휴업하고 직업인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했는지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도 싶다. 몇 년간 묻어두었던 덕심을 깨워본다. 무언가를 애정하는 그 오롯한 마음을 담아 앞으로의 삶을 살고 싶다고 이 글을 쓰며 느껴 본다.